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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피는 언덕 김길순 찔레꽃 하얗게 피는 언덕 고향 마을을 생각하면 젊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고, 어린 시절 찔레꽃 새순 꺾어 껍질 벗겨 먹으면 싱그러운 향기 입안에 가득 한 맛났었지. 이 밤 찔레꽃 향기 소녀의 꿈이 살아 쌓여 세월 앞에 다가오네. 몸은 서울 하늘 아래서 마음은 천리 떨..
봄날 김유정 생가에서 김길순 가랑비에 봄날이 젖는다 뒷산 뻐꾸기는 귀에서 울고 창호지 문살 뒤에 소년이 웃는다 박하 향기에 젖은 송이버섯도 머루 다래 더덕 칡뿌리도 한 소쿠리 세월의 강을 건너 만무방의 애환을 이어가는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산골 아담한 초가지붕 위로 봄 봄 따라..
쓰나미(지진해일) 전쟁보다 무서웠다 김길순 잔잔한 바다가 한순간 노하여 흑색 바다로 변했네. 무서운 악마의 모습을 한 흑색물 그 악마 같은 탈을 쓴 흑색바닷물이 솟구쳐 오르면서 여러 마을을 덮쳤네. 십리를 피신 못하게 하고, 총소리 대포소리 전쟁 예고도 없는 조용히 밀어붙이는 무서운 쓰나..
봄날은 간다고, 나도 간다고 김길순 청평사 계곡 햇살이 진달래 꽃잎을 크로키 한다. 계곡 물에 떠가는 꽃잎들 뿌리 잃은 삶을 서러워하는가. 안개로 허리 두른 산이 신비를 머금을수록 봄날은 간다고 한탄하는 사람들, 나도 그 중의 하나가 되어 연분홍 봄날이 자꾸만 간다고 봄날은 간다고, 나도 간..
새장문을 열면서 김길순 재잘거리는 말은 그 말이었니? 새장문을 열어 달라고 짹짹궁 짹짹궁 천리만리 날고 싶다고 비오롱 비오롱 비좁은 공간에 갇힌 채 얼마나 하늘이 그리워 울었니? 풀풀 날지 못하게 너의 날개를 살짝 잘라주라는 그 말 듣지 않고 자유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제는 자유롭게 날아..
3월의 투명한 기도 김길순 투명한 유리컵에 아침 햇살과 투명한 생수를 담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생수처럼 투명한 생활 속에서 기뻐 할 줄 알고 생수 한 모금에서도 감사할 줄 아는 착한 백성 착한 마음 되게 투명한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하여 그 누구에게나 낮은 자세로서 처소를 탓하지 않고 곱게 ..
수선화를 보면 나르시스 소년이 김길순 연못위에 떠오르는 수선화 그림자를 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소년 나르시스가 연못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껴안으려다 빠져 죽고 말았다는, 그래서 그 뒤에 연못에서 예쁜 꽃 한 송이 올라온 이름을 나르시스 수선화 라 불렀다지, 수선화 무..
'실크로드와 둔황' 왕오천축국전 김길순 가도 가도 막막한 사막 길 들어가면 아무도 나올 수 없는 불모지 타클라마칸 사막, 남쪽 산맥으로 가면 물이 나온다는 그 오아시스를 찾아 낙타행렬이 이어지고, 당시 실크로드의 삶은 사막 길에서 비단 보석류 향신료를 물물교환하기 위해 가는 그 길이 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