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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봄을 맞기엔 아직도 / 김길순 봄이 남쪽에서 느릿느릿 바람타고 오고 있나요. 구제역 아픔도 느릿느릿 물러가고 있나요. 올 마음의 봄은 좀 천천히 받아 들이고 싶어요. 언제쯤인가하면싸락눈내리는초봄이지나가고개나리진달래 피고앙다문하얀목련벙그러질때내침묵에서자란마음의싹을햇 살..
만선을 꿈꾸게하는 바다 김길순 바닷가에 서면 파도가 물기마른 갯 바위를 스치며 넘실대고 부서진다 어부의 수건이 금빛 물살에 빨려드는 바다. 고기잡이 어선이 떠나고, 항구를 지나 출항하는 여객선은 뱃고동 여운을 남기며 물길을 탄다. 그렇게 떠나가고 오는 뱃길 위에 만선을 몰고 오는 어부의 ..
정월 대보름이 가까워 오는 오늘 김길순 어머니! 토끼가 방아를 찧는 다는 저 달 속에 계십니까. 흐린 밤하늘 어렴풋이 보이는 아직은 덜찬 달 같기도 해요. 옥도끼로 계수나무 찍어내어 나무절구 만드셨나요. 절구질 하시는 것 같아요.. 어머니 제가 시집오기 전에는 아버지 제삿날이 정월 대보름날이..
거실 풍경에서 김길순 고요가 흐르고 벽에 걸린 액자에 시선이 머문다 함박눈이 펄펄 내려 초가지붕을 덮고 장작이 가지런하다 풍경은 도시인의 갈증을 축여주는 한 모금의 샘물이다. 지나치며 보았던 도자기 그림에서도 계절 따라 피고 간 꽃이 그립지 않을 만큼 난과 매화에서 풋풋한 매력이 영혼..
모래알은 한알 한알 모여 살지만 김길순 모래알은 한 알 한 알 무수하게 모여서 살지만 한 덩어리로는 붙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고독하다. 하늘에서 촉촉한 비를 뿌릴 때 서로 엉겨 한 덩어리 되려 하지만 뿌리면 뿌릴수록 새 나가는 모래. 그러하듯이 나는 사람의 물결 속에 비집고 들어 가지만 하나 될..
잊혀져간 소리들 / 김길순 그 때 1960년 대는 문풍지에서 소리 나는 때였지. 서울에는 골목마다 새벽을 여는 소리 두부사려! 두부장수 종을 딸랑 딸랑 두부에는 김이 모락모락 났었지. 슈퍼가 없는 시절이었지. 새우젓, 창란젓 명란젓사려 굴비사려! 고단하고 어려운 삶들의 소리 사려! 사려! 그 때 부산..
립스틱을 짙게 발라 볼까 김길순 살다 보면 립스틱을 짙게 발라 볼까 할 때도 있다. 사루비아 꽃빛깔로 진한 가슴을 태우면서 립스틱을 짙게 칠해서라도 젊음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날아간 시간 앞에 남은 자화상을 거울을 보고 자신이 화가가 되어본다. 그 시절을 되 찾으려고 흐려진 눈썹을 진하게..
입춘 청개구리 머위잎에 묻어왔나 보다 김길순 자그만 청개구리 머위 잎에 묻어왔나 보다. 집은 푸른 연못일 텐데 아파트 10층 싱크대 까지 왔네 폴짝 뛰더니 보이질 않네. 거실을 거쳐 베란다까지 가려면 물길없는 사막 길 어찌 보이질 않고 숨어서 가나보다. 등판 초록빛이 퇴색하여 갈색의 미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