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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고 행운을 얻는 다는 벽지 김길순 인생을 빨래하듯 벽지를 뜯어내고 새로 도배를 해야 했다. 옷의 무늬가 철따라 달라지듯 벽지도 유행을 탄다. 언제는 피카소 그림을 본 딴것 같이 그런 도안으로 나오더니 꽃무늬로도 나오더니, 지금은 또 다르다. 얼마 전 거실 앞부분 벽에만 새로 도배 하려..
빨래를 널면서 김길순 베란다 창문을 열면 배시시 웃으며 들어오는 봄바람에 빨래를 넌다. 앞줄에는 진달래 빛 블라우스가 살랑살랑 나풀거리고 뒷줄에 널린 겨울 청바지엔 겨울을 벗어던지며 떨어지는 물방울도 즐겁게 똑똑 빨래 줄에 봄바람이 들어오면 빨래뿐만이 아니다. 겨우내 묻었던 얼룩의 ..
초록 꿈으로 오는 냉이 김길순 먼 들 양지쪽에서 햇살 받고 자랐구나. 하얀 속살 뿌리 . 봄 처녀가 캐었는가. 어느 아낙네가 캐었는가. 풋내 나던 어린 시절 그 어렴풋한 그리움 안고 봄마다 초록 꿈으로 찾아오는구나. 상큼한 향기 달콤한 뿌리의 맛 얼큰한 냉이 국이 되어 식탁에 찾아온 냉이 동심 찾..
아파트에 사다리차가 오는 날은 김길순 아파트 정원위에서 고가사다리가 곡예를 하네. 이불과 장롱과 문갑을 싣고서 세워둔 트럭위에 차곡차곡 짐을 옮겨놓고 오르내리기를 수십 번 하네. 떠나네, 그동안 잘 살고 간다고 화분에 심은 행운목 초록 이파리가 한들거리며 인사를 하네. 자동차 뒷모습 사..
아기업고 셋방 얻는 사람들은 김길순 봄이 와서 이사는 해야겠는데 가고 싶어 하는 집이라고 마음대로 갈 수는 없는 현실, 셋방 얻기에는 그렇게 조건이 많다고 한다. 애가 있으면 소란해서 안 되고 차가있어도 자전거가 있어도 애완견이 있어도 노인이 있어도 환자가 있어도 그저 신혼부부 아니면 단..
[엘가, 사랑의 인사] 멜로디로 아침을 연다 김길순 보글보글 커피 물이 끓을 때 하얀 자기에 남빛 그림이 있는 찻잔을 골랐다. 찻잔에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 모금 씩 음미 할때 엘가의 사랑의 인사 멜로디는 초록빛 봄을 끌어 올린다. 마음은 어느 결에 화사한 꽃밭에서 나래 춤을 추는 봄나비가 되어 ..
소원 담아가는 대보름달 / 김길순 문득 창밖을 보니 쟁반같이 둥근달이 떴네. 소원 하나 빌어보라기에 올해는 우리 아들 장가 보내 달라고 빌었지. 부자 아니어도 미인 아니어도 마음씨 착한 아가씨면 된다고 했었지. 보름달이 떠가네. 소나무들 외로운 산자락에도 소박한 마을에도 온누리에 달빛을 ..
월악산의 이른봄 풍경 / 김길순 나뭇가지들은 흔드는 몸짓으로 싹을 틔우려나 보다. 흰 눈이 사락 사락 뿌리더니 봄볕이 녹여주고 줄기는 어느 듯 물이 오른듯 풋풋하다. 낮달을 머리에 이고 바위계단을 시오리 걸어 오르면 높은 곳에 우뚝 서있는 고려시대 손자국의 흔적 마애불을 만난다. 산 너머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