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새재 봄 산길 김길순 끝없이 이어지는 숲 속 길을 따라 3관문에서 1관문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한양천리 과거보러 가고 오던 길. 계곡물은 구비 쳐 흐르고 안개구름 자욱하게 산을 감싸 안는데 나그네는 머물 수가 없다. 신을 신고 걷다가 맨발로 걷다가 관문 하나씩 통과 할 때 마다 폐부 깊숙이 ..
꿈을 안은 솟대 기러기 / 김길순 높은 장대 끝에 올라 먼 하늘을 보면서 안테나를 세운다. 마을의 공통적 염원을 안고 안녕을 비는 솟대 기러기 눈이 오면 눈옷을 입고 소나기 오는 여름날은 빗물 받으며 쏟아내는 눈물 주루룩. 오늘 청풍명월 봄 하늘을 바라보며 반지르르한 몸매로 날 부르네. 호수 건..
봄비에 벚꽃잎 지네 김길순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화사하게 피어났고 나의 눈길에 너는 꽃등불을 밝혔네. 내 눈빛이 꽃술에 젖을 때 별은 빛났고, 달은 저만치서 더 하얀 밤을 도와주며 부끄러워 했네. 동심 같은 봄비에 바람이 부네 꽃잎이 지네. 봄비에 마음이 젖네.
괴산 ‘산막이 옛길’을 찾다 / 김길순 산골 오지 마을인 ‘산막이 마을’은 세상과 연결해 주던 유일한 길이었다고 한다. 1957년 괴산댐이 생겨 일대가 수몰되면서 산막이 마을로 닿는 길이 없어지자, 마을 사람들이 가파른 벼랑을 따라 십리 길을 냈다고 한다. 이 위태로운 벼랑길을 지금은 나무를 깔..
행운의 네 잎 클로버 김길순 내 마음속에는 네 잎 클로버가 있다네. 추억의 꽃밭이 아파트 뜰에 파랗게 깔려있네. 꿈꾸는 시골을 가까이 보려고 한 삽 떠서 베란다로 옮겨왔었네. 문득, 친구의 모습이 풀 뜯던 토끼, 나비들이 스칠 때 마음은 고향의 풀밭으로 달려간다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던 ..
민들레와 나비 / 김길순 도심의 정원에 샛노랗게 피어있는 민들레 나비를 부르기 위한 꽃방석이 황홀하다. 유채밭 이랑에서 놀다 노랑이 좋아 찾아온 나비 반공중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는 나비들의 축제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지나는 인파속에서도 나풀나풀 나비의 허리짓이 노란 햇살에 눈부시..
마이산 탑사에서 김길순 돌탑위에 돌 하나 얹으면서 소원을 빌었다 귀향하는 연어처럼 여울목을 따라 거슬러 오르는 마음…… 산천 가득 꽃 물들이는 노을 태양이 불 탈 때 붙들 수 없는 세월을 붙들어 보려고 마음의 얼레에 실을 묶고 넘어가는 해를 당기며 감고 또 감는다.
백두산 가는 길 김길순 비는 부슬부슬 내려 차창에 이슬방울 맺히고 창밖에 끝없이 이어진 옥수수 밭이 병사들의 행렬처럼 푸른 제복을 입고 일렬로 서서 행군할 자세로 서있는 것 같았다. 인적이 보이지 않은 판자 집 같은 문 닫힌 집이 보이고 그렇게 수 시간 달려가면 백두산 아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