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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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하 수필 나무를 읽고나의 이야기 2022. 10. 30. 00:03
나무 이양하 나무에 아주 ,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이 있고, 바람이 있고, 새가 있고, 달은 때를 어기지 아니하고 찾고 고독한 여름밤을 같이 지내고 가는 의리 있고 다정한 친구다. 웃을 뿐 말이 없으나 이심전심 의사가 잘 소통되고 아주 비위에 맞는 친구다. 바람은 달과 달라 아주 변덕 많고 수다스럽고 믿지 못할 친구다. 자기 마음에 내키는 때 찾아올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쏘삭쏘삭 알랑대고,어떤 때는 난데 없이 휘갈기고, 또 어떤 때는 공연히 뒤틀려 우악스럽게 남의 팔다리에 상채기를 내 놓고 달아난다. 새 역시 바람같이 믿지 못할 친구다. 역시 자기 마음 내키는 때 찾아오고 자기 마음 내키는 때 달아난다. 그러나 가다 말고 와 둥지를 틀고, 지쳤을 때 찾아 와 쉬며 푸념을 하는 것이 귀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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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하나 있네 외 한편나의 이야기 2022. 10. 29. 00:03
그리움 하나 있네 정유찬 늘 그리움 있네 / 하늘을 봐도 나무를 봐도 울컥 솟아오르는/그리움 하나 있네 그리움으로 시를 써/바람에 부치고 남은 그리움으로/그림을 그려 하늘에 걸었네 그러니 세상이/온통 그리움이네 봄, 여름 지나/가을 가고/겨울이 와도 언제나 내게는/아름다운 느낌으로 그리움 하나/커지고 있었네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정유찬 가을엔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노을 지는 곳으로 어둠이 오기 전까지 천천히 걸어 보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 그늘진 구석 벤치에 어둠이 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그리움과 서러움이 노랗게 밀려오기도 하고 단풍이 산기슭을 물들이면 붉어진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고독 같은 설렘이 번지겠지 아, 가을이여! 낙엽이 쏟아지고 철새가 떠나며 슬픈 허전함이 가득한 계절일지라도 네게서 묻어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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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나의 이야기 2022. 10. 28. 00:03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릴케(1875~1926)는 신앙에의 끝없는 동경과 고독을 노래한 독일의 시인이면서 우리에게 친근하게 알려진 세계의 시인이다. 프라하에서 출생한 그는 고독한 소년 시절을 보낸 후 육군 유년학교에서 군인교육을 받았으나 중퇴하고, 프라하 뮌헨 베를린 등지의 대학에서 청강 하였다. 1899년과 1900년, 두 차례 러시아를 여행한 그는 그 여행의 체험을 바탕으로 그의 초기 시의 서정적 감상과 우수에 깊은 종교성을 가미하여 를 썼고, 이어서 , 등을 퍼내었다. 그의 사려깊은 우수(憂愁)는 겸허한 마음으로 절대자 하나님을 앙모하는 기도시를 표현하여 많은 감명을 주었다. 그의 신앙시 을 올린다. -작성 김길순-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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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늙은 꽃 외 한 편나의 이야기 2022. 10. 27. 00:03
늙은 꽃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 출처 : 문정희 시집 **************************************** 목숨의 노래 문정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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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창 수필을 보며나의 이야기 2022. 10. 26. 00:03
닫힌창 / 김병규 수필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은 창 안에서 창을 눈으로 삼고 지낼 것이다. 우리처럼 창호지를 바른 창은 반투명이지만, 그것을 통하여 바깥을 감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밖에서 나는 소릴 듣고, 바람인지 아닌지를 구별 할것이다. 먼저 밖에서 일어난 일어난 일도 감지할 것이다. 으스름 공간이라 하여 이를 업수이 여기지는 못하리라. 닫힌 창문은 열린 창문보다 한결 더 우리의 영혼에 가깝다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안에서 우리는 안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닫힌창 중에서- ************************* '창'은 공간적 보호를 받으면서 대자연과 하나로 호흡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장치이다. 밝음과 어두움, 더위와 추위를 통해 감지 할 수 있고, 안에 괴어 있던 답답함과 우울을 일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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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나의 이야기 2022. 10. 25. 00:03
가을 산행 김길순 휴일 오전 가까운 용마산을 찾았다. 가을 햇빛을 받으며 단풍나무 아래로 산을 찾는 이들과 일행이 되어 산길을 걸었다. 가을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도 피었고 굴참나무는 다람쥐들의 식량을 주려는듯 탱글탱글 열매로 매달려 있었다. 산길을 걸으며 수필가 정비석의를 뇌였다. *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다. 시들어가는 풀밭에 팔베개를 베고 누워서, 유리알처럼 파아랗게 갠 하늘을 고요히 우러러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까닭없이 서글퍼지면서 눈시울이 눈물에 어리어지는 것은,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감정이다. -생략- 단풍이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은 정말 서글픈 계절이란 표현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푸른 잎을 간직한 소나무는 지금도 푸르게 피스톤치향기를 들이마실 수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비춰주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