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시) 설화를 신고나의 이야기 2024. 2. 17. 06:43
설화를 신고 홍혜향 증편 상자를 열자 설원이 펼쳐졌다 둥글게 뭉친 눈덩이마다 마당에서 모이를 쪼던 새발자국이 찍혀서 왔다 한입에 넣으니 금세 녹고 만다 어릴 적 내리는 눈송이를 받아먹던 맛이다 담장 밑 푹푹 쌓인 설화를 신고 저물도록 눈뭉치를 던지던 웃음도 베어 물었다 싸우면 긴 머리를 서로 묶어 놓고 몸에 움이 돋을 때까지 풀어주지 않던 전설 속에는 기장떡을 좋아하시던 할머니가 막걸리를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얼기설기 엮여 있다 담장 기와를 쌓아놓고 기합 소리와 함께 줄행랑을 친 왼손잡이 오빠는 올해도 철새 도래지로 거처를 옮겼다는 소식만 전해왔다 가족이 다 모이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마흔 개도 넘게 부풀어 나온다 우리는 모두 상자 같은 집 속에 살았다 ******************..
-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을 보면나의 이야기 2024. 2. 16. 00:01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을 보면 셰익스피어의 희극으로는 1. 베니스의 상인 2.말괄량이 길들이기 3. 뜻대로 하세요. 4. 한 여름 밤의 꿈 5. 해변가의 마음(십이야) 비극에 비해 희극은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이 결혼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 '낭만희극'의 특징을 보여준다. 배경자체도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인간사회의 파괴적인 힘이 미치지 않는 숲 속(한여름밤의 꿈)이나 (당신 좋으실대로)이나 외딴 섬(폭풍), 해변가의 마을(십이야)인 경우가 많았고, 요정이 등장하여 배가 난파 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 한다. 희극의 기본 정신을 사랑과 화해라고 하다면, 사랑은 인간이 찾는 가장 절실한 소망이라 할 수 있고, 희극은 그러한 희극의 본질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한 희극' 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
-
(시) 부산에 오는 비나의 이야기 2024. 2. 15. 00:01
부산에 오는 비 이승훈 부산에 비 온다 봄날 저녁 비 맞으며 부산 간다 하염없이 부산 가고 진주 가지 못하고 김해에 내리는 비 부산에 내린다 낙동강 지날 때 문득 구두 끈 끊어 지고 허리 굽혀 구두 끈 맬 때 비 온다 저녁에 오는 비 밤에도 오고 서울에 오는 비 부산에 오고 진주에도 오겠지 밤비 속에 밤비 속에 잠시 쉴 뿐이다 ***** 밤비 이승훈 지은 죄 안고 가라 무거울 때 슬플 때 밤비 온다 밤비가 그대로 한 편의 시 가도 가도 부끄러운 길 밤비 맞으며 가라 흐린 날엔 새가 울고 그러므로 밤비 온다 시름은 많다 지은 죄 안고 가라 무거워도 견디고 가벼워도 견뎌라 ********************************** ※ 이승훈(李昇薰, 1942년 11월 8일 ~ 2018년 1월 16일)은 ..
-
(시) 무작정인 사랑나의 이야기 2024. 2. 13. 00:01
무작정인 사랑 마경덕 벚나무 이파리 한 장 주웠어요 테두리를 감싼 작은 톱날 자국들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세다가 자꾸만 숫자를 놓쳐요 이파리를 뒤집으니 잎맥이 정교한 실핏줄 같아요 이 미세한 실핏줄로 하늘과 땅이 드나들었죠 내 몸에도 지구의 둘레를 세바퀴나 돌 수 있는 실핏줄이 있고 이 통로를 따라 시간이 돌고 있어요 당신이 지은 위대한 명작을 신발들이 짓밟고 갑니다 인간을 위한 건가요 특별한 취미인가요 숨겨둔 오묘한 솜씨를 발견해도 먹고 살기 힘든 인간의 마음은 돌덩이 같아 덤덤합니다 볼 수 있는 자만 보고 즐길 수 있는 자만 즐기라고요 세상은 의심하고 미워하며 빠르게 늙어가요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들이 득실거려요 그래도 여전히 당신은 핑킹가위로 봄을 오리고 있어요 당신이 발명한 무작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