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그대 앞에 봄이 있다나의 이야기 2024. 2. 7. 03:01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찌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게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복수초의 유래 복수초(福壽草)는 복(福)과 장수(長壽)를, 또는 부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이른 봄 산지에서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고 하여 ‘얼음새꽃’ ‘눈새기꽃’ 이라고 부르며, 중부지방에서는 ‘복풀’이라고도 부른다. 새해 들어 가장 먼저 꽃이 핀다고 하여 원일초(元日草)란 별호를 ..
-
(시) 행복나의 이야기 2024. 2. 5. 02:55
행복 민 구 행복하니까 할 이야기가 없다 밥을 굶어도 좋다 오늘 뭐 먹었어? 뭐 하고 있어? 네가 물으면 떠오르는 게 없는데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다 꿈에서 은사님을 만났다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 따귀를 때렸다 (거기서 행복하시냐는 말로 들은 걸까) 살아 계실 때 선생님이 그랬다 시인은 불행하다고 그림자가 없다고 꿈에서 맞은 매는 아직 얼얼한데 사랑이나 마음 같은 단어들은 강화도 펜션에서 보이는 나라처럼 멀고 나는 불판의 연기가 그쪽으로 날아가는 게 미안해서 평소보다 허겁지겁 고기를 먹으며 북쪽의 조그만 마을을 안개가 가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끝났다 내려놓을 말이 없다 밀고 나가서 쓸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 불행은 내게 다..
-
(시) 귀촉도나의 이야기 2024. 2. 4. 03:01
귀촉도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 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은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32호.1943.10 ※ 이 시에서 시적 자아는 사별한 임에 대해 애끓는 정한과 슬픔을 처절하게 토해 내고 있다. 우리 시사에서 죽음을 넘어선 사랑과 한의 상상력을 담은 전통적 소재인 귀촉도를 시적 대상으로 삼아 전통적인 사랑의 정서를 형상화 하..
-
진정한 사랑나의 이야기 2024. 2. 2. 01:38
진정한 사랑 김길순 진정한 사랑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자기의 욕망을 충족 시키려는 그러한 집착에서 떠난 무집착 무소유의 경지로 가는 아름다움이어야 한다. 너그러움과 용서로 감싸주며 보내주는 수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이다. 사랑을 받기위해선 먼저 배풀어야 한다. 받을것을 전제로 계산하고 배풀게 아니라 조건없이 베풀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랑이 깊어진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류역사 이래 수많은 사람이 즐겨 다투어 온 이 감동적인 주제는 무엇인가. 사랑이라는 이 명사, 이 주제는 시나 소설등이 문학 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연극 등 모든 예술의 중심 주제가 되어 왔다. 사랑, 그것은 대상에게 주는 정적인 힘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아름다움을 돌려 드리게 된다. 이성간의 사랑..
-
봄이 달력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나의 이야기 2024. 1. 31. 03:01
봄이 달력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이은규 꽃봄을 줄게, 봄꽃을 다오 중얼거리는 사이 저만치 기억이 오다 경고에 가깝거나 안내보다 먼 문장들에 오래 머뭇거리는 꽃잎 한 점 떨어져도 봄빛은 줄어든다고 말한 목소리는 이제 없다 투명하게 웃는 얼굴들이 희미해지는 동안 안 보이는 발자국을 따라 길을 나서면 순간은 얼마나 긴 영원일까 끝나는 듯 시작되는 길 위, 우두커니 무심코 지나친 풍경이거나 놓쳐버린 시간 저기 어떻게 흩날려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고요하게 흩날리고 있는 점점의 벚꽃들이 사이드 미러 풍경 안에 고여있다 그 시간 속에 씌여 있는 한 줄 문장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기억은 언제나 우리를 앞지르며 도착해있다 봄이 달력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모든 봄은 지난봄을 간직한 채 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