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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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랑의 습관나의 이야기 2024. 3. 4. 16:20
사랑의 습관 심강우 사랑은 울었다. 사랑이 달랬다. 사랑이 울음을 그쳤다. 그러나 사랑이 보이지 않으면 사랑은 또 울었다. 사랑은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왔다. 사랑의 사랑스런 손길에 사랑은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사랑이 사랑에게 이럴 거면 합치자고 했다. 사랑은 좋아서 사랑의 목을 껴안았다. 한몸이 된 사랑은 웃음과 울음을 함께했다. 슬픔에 겨운 사랑이 고뇌할 때 기쁨에 벅찬 사랑이 환호할 때 사랑은 한쪽이 출렁거리거나 반대쪽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었다. 비 오는 밤이나 멀리서 종소리 사운거리다 갈 때 사랑은 사랑에 들키지 않고 울 수가 없었다. 하물며 웃을 수도 없었다. 너무 많은 시간이 뒤섞이고 엉켰으므로 티눈과 우주만큼이나 사랑은 분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친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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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베짱이나의 이야기 2024. 3. 3. 16:01
베짱이 이신강 바쁜 개미는 외로움을 모른다. 악사 베짱이는 울기도 잘하고 뒤돌아보며 기도한다. 맑은 하늘 가 떠가는 구름도 보고 삶과 죽음을 헤아리며 가는 다리, 야윈 어깨에 알맞은 바이올린을 켠다. 빈 곡간을 슬퍼하지도 않고 궁전을 탐하지도 않는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싸늘한 바람이 불면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인다. * 2024년 문학사계 봄호 89호 실린 글 ※ 이신강 시인 약력 1943년 오사카출생. 원적 충남공주.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5년2회 추천. 선사문학상. 숙명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외 다수.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시문학회 지도위원. 강동예총 부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한통문협 이사. 숙문회 간사장 역임. 가톨릭 문우회. 국제펜 한국회원 및 이사. 강동문인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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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세계나의 이야기 2024. 3. 2. 16:01
김소월 시세계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잘 영합하는 시인으로 소월을 꼽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의 미적 감수성의 다른 표현, 예컨대 '은근과 끈기'라든가 '선의 예술'과 같은 개념도 그 심층적인 의미 구조 속에 한과 깊은 관련이 있다. * 한(恨)이라는 어휘는 오직 우리 국어만의 소유물이다. 의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의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등의 시행은 반동형성으로서의 진술이다. 우리가 소월의 시를 통해서 교훈적 양식으로 삼아야할 점은 우리의 고유한 정통성에 대한 문제다. 그는 우리의 순수한 향토정서를 민요적 가락으로 노래했다. 현대시가 어떻게 변모하거나 우리가 제자리를 찾아야할 지점은 소월의 시세계라 하곘다. 진달래꽃 김소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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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의 미학나의 이야기 2024. 3. 1. 16:00
부끄러움의 미학 / 작성 김길순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게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 암울한 시대적 절망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려 했던 숭고한 의지가 형상화되어 있어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조여들게 하는 윤동주의 이다. 한 세상을 살면서 하늘을 우러러 티끌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잎새에 이는 가는 바람에도 혹시 그 마음 흔들리지 않을까, 내면 깊숙이 괴로워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오늘을 슬기롭게 잘 산다고 믿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한다. 암울한 시대적 절망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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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노정기나의 이야기 2024. 2. 29. 16:01
노정기 / 이육사 목숨이란 마치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마음이 구죽죽한 어촌보담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묵은 포범처럼 달아매었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를 밀항하는 짱크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에 부풀어 올랐다 항상 흐릿한 밤 암초를 벗어나면 태풍과 싸워가고 전설에 읽어 본 산호도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십자성이 비쳐주도 않았다 쫒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식물처럼 발목을 오여 쌌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 먼 항구의 노정에 흘러간 생활을 들여다보며 * 포범: 베로 만든 돛 짱크: 특수한 작은 모양의작은 배 오여: 외어. 쓰기 불편하게 꼬여 ※ 이육사의 시는 조국의 상실이라는 극한적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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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랑의 온도나의 이야기 2024. 2. 28. 16:00
사랑의 온도 나호열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리 뜨거워도 물 한 그릇 데울 수 없는 저 노을 한 점 온 세상을 헤아리며 다가가도 아무도 붙잡지 않는 한 자락 바람 그러나 사랑은 겨울의 벌판 같은 세상을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화원으로 만들고 가난하고 남루한 모든 눈물을 쏘아 올려 밤하늘에 맑은 눈빛을 닮은 별들에게 혼자 부르는 이름표를 달아준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신기루이지만 목마름의 사막을 건너가는 낙타를 태어나게 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두렵지 않게 떠나게 한다 다시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그대여 비록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지라도 사랑이 사라진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없다 사랑은 매일 그대에게 달려오고 사랑은 매일 그대에게서 멀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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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문학세계나의 이야기 2024. 2. 27. 16:01
채만식 문학세계 그의 작품들은 부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식민지- 해방기의 시대라는 죄인이 냉엄한 처벌을 받게하기 위한 그 죄상을 채만식은 증언하고자 했다. 그가 지적한 부정면이 고쳐진 상황이 바로 그가 그리는 긍정면이 된다. 부각시킬 만한 긍정적인 것은 거의 찾을 수 없는 시대에 있어 긍정적인 것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현실과 괴리된 허구가 될 수 밖에 없다. 태평천하 등장인물소개 -윤용규(1대): 윤직원의 부친. 노름꾼 출신이지만 거부가 된 후 화적떼에게 피살됨 -윤직원(2대 본명: 윤두섭): 주인공. 만석지기 지주이자 전형적 고리대금업자. 일제치하를 태평천하로 생각하는 몰역사주의적 인물. -윤창식(3대): 윤직원의 장남. 신교육을 받았으나 향락적인 생활에만 몰두하는 인물. -종수(4대): 윤직원의 맏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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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목제나의 이야기 2024. 2. 26. 16:00
목제 이예진 운동화를 뒤집어 모래알을 털어냈다 작고 섬세한 것이 흩날렸다 오랜 기간 동안 가루는 사포질 이후의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나는 목수의 딸인 것이 싫었다 입안이 꺼끌꺼끌해지도록 웃었지 아버지는 화가 나면 사포질을 하곤 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가 만든 가구들이 두 눈을 치켜뜨고 나를 다그쳤다 나는 심장이 벌렁대지 않도록 가슴에 못을 박았다 밖에서 쓸모를 기다리는 나무들이 우우 울었다 사포질을 그만 둬 문지르면 소름이 돋는 팔처럼 소름을 문질러 지우는 손처럼 문지르고 있으면 뭐가 닳았는지 모를 것 같거든 살던 집에 불을 붙이는 건 어떤 마음일까 집은 작년에 불타서 없어졌다 뼈가 부러진 가을이었는데 고함을 지르면 사라지는 건 목이야 매일 새 집의 도안을 들여다봤지만 내가 살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