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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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452. 베이컨을 좋아하세요?나의 이야기 2023. 10. 20. 00:01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서 량 2023. 10. 17. 20:3 |컬럼| 452. 베이컨을 좋아하세요? 서 량 ‘배다’를 네이버 사전은 이렇게 풀이한다. ➀스며들거나 스며 나오다, 버릇이 되어 익숙해지다. 냄새가 스며들어 오래도록 남아 있다. ➁배 속에 아이나 새끼를 가지다, 물고기 따위의 배 속에 알이 들다. ➂물건 사이가 비좁거나 촘촘하다, 생각이나 안목이 매우 좁다. ➃배우다 (비표준어) 한자어로 ➀을 습관 ➁를 임신 ➂을 치밀 ➃를 학습으로 명사화 해서 생각하면 얼른 이해가 간다. ‘배다’라는 순수 우리말은 의미심장한 말이다. 어원학적으로, ‘배우다’가 ‘배다’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유력해지는 순간이다. 생각해 보라. 배운다는 것이 어떤 정보를 입수한다는 단순한 의미보다 인생경험, 철학적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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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도착나의 이야기 2023. 10. 19. 00:01
도착 문정희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 더 많았지만 아무 것도 아니면 어때 지는 것도 괜찮아 지는 법을 알았잖아 슬픈 것도 아름다워 내던지는 것도 그윽해 하늘이 보내 준 순간의 열매들 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 벌레 먹어 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 이대로 눈물나게 좋아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 여기 도착했어 2023년제31회 <공초문학상'>수상작 - 문정희 ***************************************************** 문정희 전남 보성 출생.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문정희 시집』 『작가의 사랑』 등 1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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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풀벌레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나의 이야기 2023. 10. 17. 00:01
풀벌레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 마경덕 바람의 체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열린 벌레 소리가 익었다 방울벌레 풀종다리 철써기 귀뚜라미 잡초가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 제초제를 뿌린 곳에는 소리의 씨가 말랐다 여름내 소리를 키우느라 허리 굽은 하천가 방가지똥 고마리 오가는 발소리에 흠칫 일손을 멈춘다 땡볕 아래 그늘을 짜고 품에 맞는 어둠을 들인 건 누대를 이어온 그들의 농사법 바람에 혀끝이 서늘해질 때 으슥한 둑길에 떨어지는 맑고 처량한 소리 잘 여물었나, 이리저리 흔들어보고 완숙한 소리만 골라 출하하는 야간작업장 물기가 말라 또르르, 먼 곳까지 굴러가면 상품이다 달빛과 주고받는 저 밀거래 제철에 거둔 소리의 값은 얼마일까 만돌린을 켜는 풀종다리, 양금을 두드리는 방울벌레 잡초들이 재배한 완벽한 합주는 어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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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컨 어미새 심정으로나의 이야기 2023. 10. 15. 00:01
펠리컨 어미새 심정으로 김길순 그것은 죽음으로 새끼들을 살린 어미새의 이야기다. 옛날 어느 해는 기근이 들어 펠리컨 새들이 굶어 죽게 되었다고 한다. 어미 펠리컨은 바다 위를 헤매며 먹이를 구하려 했으나 먹이는 끝내 구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새끼들이 입을 벌리며 배고파 아우성치는 것을 보게 된 어미 펠리컨은 자기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끄집어내어서 새끼들에게 잘라 먹이고는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다. 사랑 중의 가장 진한 사랑은 부모의 사랑이요, 심정 중에서 가장 뜨거운 심정은 역시 부모의 심정이다. 우리에게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심정(마음)의 유대다.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고 스승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심정교육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가정에서는 어릴 때부터 인성 교육이 잘 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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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곰피나의 이야기 2023. 10. 14. 00:01
곰피 홍혜향 처음부터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 마른 미역처럼 앉아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 피는 어디에나 흔해서 말을 걸면 금방 들통나지만 입을 떼기 전까진 다른 피처럼 앉아 있다 A형인 줄 알았는데 구멍이 많아서 다 보여요 세상 어디에나 흔한 피인데 같은 피를 찾으려면 없다 다른 피에 옮겨가서 나를 수혈 받은 사람은 끈끈해질까 눈물 구멍 많은 나도 다른 피를 수혈 받아 창틀처럼 단단한 막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누구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자기 피도 초록이라고 말할 때 나라고 말하는 내 피는 A형 같은 곰피다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사진 ******************************************* 홍혜향 시인 2022 월간 모던포엠 상반기 신인문학상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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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차밭나의 이야기 2023. 10. 13. 00:01
차밭 김기원(진주) 언제부터 갈대 속에 작설차 마시러 찻자리를 마련했다 날마다 다관에 찻물끓이는 소리 온몸이 갈대 되어 흔들리고 있는 것 알았다 다향도 달빛도 아닌 것 찻잎은 갈대 따라 조용히 눈빛을 토하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 화려한 삶 속에 가득한 갯벌이 밀려오는 메아리 없이 작설차만 마시는 것을 아예 몰랐다 2023년 10월 월간문학에 발표된 시 **************************************** 김기원 시인 = 경상남도 진주시 출생, 하동군 명예군민, 한국문학 논설위원, 한국문인협회 자문, 새생명광명회 회장, 경남과기대 명예교수, 국가원로회의 원로위원, 한국차문학회학술 대상, 국민훈장 목련장, 매월당 김시습 문학 본상, 연암 박지원 문학대상, 대한민국문화예술명인전(문학부문)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