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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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잣의 생각나의 이야기 2023. 8. 29. 00:01
잣의 생각 마경덕 식혜에 동동 뜨는 잣 참 가볍다 딱딱한 껍질에 숨어 한 송이로 부풀 때까지 하늘에 바친 기도는 얼마나 무거울까 겁 많고 속이 무른 잣 높은 나무에 매달려 아슬아슬 간덩이를 키웠지만 앞니로 깨물거나 망치로 살짝 건드려도 지레 으깨져 고작, 혀끝만 적시는 한 알의 살점 허기진 입을 채우려면 어림없을 거라고 귀찮고 까다로운 제 몸을 믿었을 것인데, 할머니가 누누이 일러준 머리 검은 짐승은 믿지 못한다는 말 잣나무에게 전해주지 못했다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흰 살점만 발라내는 잣 까는 기계들 탈피 된 알몸이 수북이 쌓이고 순식간에 잣의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 「시에」 2023. 가을호 출처 - 잣의 생각 마경덕 카페 작성자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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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초가을 중랑천에서나의 이야기 2023. 8. 28. 00:01
초가을 중랑천에서 김길순 초가을 햇살 쨍쨍 내려쪼이는 천변 지난 폭우에 물난리가 지나가고 잔잔한 물결 위에 청둥오리들 물살을 가른다. 천변에 심은 장미꽃이 그 고운 빛깔로 손짓한다. 이제는 한시름 잊고 바람 쏘이러 나와 벤치에 앉아 쉬엄쉬엄 담소하는 이들 자전거 코스에 젊은이 행렬이 이어지고 삶의 활력이 살아나는 중랑천변을 본다. 무르익은 자연의 어우러짐 중랑천의 가을은 깊어 간다. ************************************** ※ 김길순 한국문인협회회원 (시)분과 저서 공저 등 12권 중랑 문화예술인상 2006년, 문학상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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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릴케의 기도나의 이야기 2023. 8. 27. 00:01
릴케의 기도 大地가 당신을 理解하듯, 그렇게 당신을 이해코자 하옵니다. 나의 成熟과 함께 당신의 나라로 성숙합니다. ※ 우리들은 고독을 성숙된 자세로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릴케의 그 깊은 명상적인 기도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그윽하고도 고풍스런 방안의 암울한 세간과 좁은 창가에서 기도하는 그에게서 느끼는 영원한 겨울에 싸이는 듯한 정적감 속에서 본질적으로 응집한 정신이라든지 거역할 수 없는 회상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자유로이 생활하는그 분위기와 함께 기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끝없는 동경과 꿈, 神에 대한 탐구 정신을 만나게 된다. 위와 같은 명구절 시를 남긴채 1926년 12월 29일 새벽5시, 장미나무 가시에 찔린 손의 상처가 원인이 되어 스위스의 발몽 요양소에서 숨을 거두었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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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의 수필 여름밤나의 이야기 2023. 8. 26. 00:01
노천명의 여름밤 김길순 작성 앞벌 논가에서 개구리들이 소나기 소리처럼 울어대고 삼밭에서 오이 냄새가 풍겨 오는 저녁 마당 한 귀퉁이에 범산넝쿨, 엉겅퀴, 다북쑥, 이런 것들이 생짜로 들어가 한데 섞여 타는 냄새란 제법 독기가 있는 것이다. 또한 거기 다만 모깃불로만 쓰이는 이외의 값진 여름밤의 운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온 집안에 매캐한 연기가 골고루 퍼질 때쯤 되면 쑥 냄새는 한층 짙어져서 가경으로 들어간다. 마을의 여름밤은 깊어가고 아낙네들은 멍석 위에 누워서 생초 모기장도 불면증도 들어보지 못한 채 꿀 같은 단 잠이 퍼붓는다.-부분적 발췌- ※ 노천명의 이었습니다. 비교적 가벼운 느낌과 부드러운 느낌을 경수필과 연수필로서 개인적 인 정서 분위기를 주관적으로 표현한 시적 수필이라 하겠습니다. 모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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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詩. 그리고 無意識(뉴욕 중앙일보 )게재 글나의 이야기 2023. 8. 25. 00:01
꿈, 詩. 그리고 無意識 서 량 자각몽(自覺夢, lucid dream)에 대하여 생각한다. 꿈을 꾸면서 자신이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두뇌작용이다. 자각몽은 꿈의 내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한다. 8000년 전 티벳의 요가수행에서 출발한 자각몽. 2000년 전 불교수행의 분파로 다시 성행된 자각몽. 1970년대부터 과학적 연구대상으로 대두된 자각몽. 흉측한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꾸면서 아, 지금 내가 꿈을 꾸는 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순간 당신은 혼비백산으로 흩어지는 공포심을 컨트롤하면서 괴물에게 말을 거는 여유가 생긴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보는 대담한 질문에 괴물이 잠시 주춤한다. 괴물의 언어감각은 당신을 따라잡지 못하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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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의 우울증나의 이야기 2023. 8. 24. 00:01
사슴벌레의 우울증 마경덕 당신은 사슴입니까 아니면 벌레입니까 두 개의 이름을 합성해 사용하면 불법입니다 동물의 나라 아니. 곤충의 나라에서는 말이지요 두 개의 턱을 뿔로 사칭한 당신의 교묘한 수법에 인간도 사슴도 모두 깜박 속았습니다 타인의 이름을 허락 없이 도용해 신분상승을 한 죄도 추가합니다 강박증도 정상참작이 되느냐고요 썩은 나무를 파먹던 과거를 지우고 싶다고요 관(冠)처럼 도도한 뿔을 보면 주눅이 든다고요 하긴, 인간의 세계에서도 그럴듯한 변명이 형량을 줄여주긴 하지요 물론, 먼저 사슴과 합의를 한다면 가능합니다 마경덕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신발論』『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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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눈물나의 이야기 2023. 8. 23. 00:01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이종 지니인 것도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김현승의 눈물 시였습니다. 기독교 정신의 기조로 인간 내면의 진실성에 관심을 쏟은 김현승 시인의 작품입니다. 종교적 차원은 이렇게 겸허 하면서도 지고지선의 진실성을 바탕으로 절대가치에의 치열성을 보이게 됩니다. 1960년대 이후부터 타계할 때까지 기독교적인 바탕 위에 선 인간으로 서의 고독 세계를 추구하는 작업을 계속한 그의 종교적 차원의 시세계가 응축되어 있는 듯한 느끼을 주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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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간장 과 소화나의 이야기 2023. 8. 22. 00:01
간장과 소화 김길순 나는 가끔 소화가 안 되어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을 때 처음에는 흰 죽 그다음은 녹두죽 야채죽으로 바꿔가며 끓였었다. 반찬은 소화에 부담 없는 한 가지 간장으로만 먹으면 더 효과를보게 되었다. 간장에 찬기름 조금 깨소금 조금 뿌려 반찬으로 먹으면 효과가 더 볼 수 있었다. 간장이 모든 음식에 들어가 맛을 내듯이, 우리들이 이 세상을 맛들게 하기 위해서는 메주와 부패를 막는 소금의 정신으로 조화롭게 잘 썩여야 합니다.라고 말 하고 싶습니다.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황송문 시인의 이란 시를 올립니다. 간장 1 우리 조용히 썩기로 해요 우리 기꺼이 죽기로 해요. 토속의 항아리 가득히 고여 삭아 내린 뒤에 맛이로 살아나는 삶, 뿌리 깊은 맛으로 은근한 사랑을 맛들게 해요. 안으로 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