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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면서도 김길순 소박하면서도 외로워 보이는 하얀들꽃 우리 어머니는 언제나 들꽃같이 산골짜기 야생덤불 속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서럽게 사셨습니다. 하얀 고무신이 다 닳도록 종종 걸음으로 어린자식 등에 업어 키우시며 늦서리 맞은 꽃들같이 외롭게 살다가 가셨습니다. 세월..
첫눈이 내릴 때 김길순 첫눈이 벚꽃잎처럼 날릴 때 그리움이 봄꽃처럼 다가온다. 미물인 개들은 좋아서 뛰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부동자세로 있을 수만은 없는 마음이 된다. 아이들처럼 길을 걸으며 손으로 눈잎을 받아보기도 한다. 지고지순한 순백의 첫사랑을 연관시켜 순결의 ..
어항 속의 물고기 김길순 어항 속 열대어 물고기들 어린 손녀가 보고 기뻐하니 나도 기쁘다. 색 동 띠 두르고 꼬리 흔들며 강물을 헤엄치듯 부지런히 종일 돈다. 어항 속 열대어 수초에 숨바꼭질 꼬리지느러미 찾아내는 세 살 난 손녀 종일 헤엄쳐도 부딪힘 없는 고향은 아마존강 유역인..
하늘공원에서 김길순 난지도의 추억을 애써 감추지 않아도 이젠 길섶의 풀잎들이며 억새꽃은 잿빛을 털며 노을빛에 흔드는 깃털이 따사롭다. 바람개비는 돌아가고 내가 오른 산은 정상이지만 오래전 쓰레기를 쌓아올린 태산이구나 높다고 모두들 하늘 공원이라 부르네
솜사탕과 박하사탕 김길순 기계가 돌아가면 솜처럼 부풀어 올라 눈뭉치 처럼 되지요. 살살 녹는 솜방망이 솜사탕은 유년의 꿈속에 자리해 있고 박하사탕은 입안에서 향기가 짙지요. 화한 향이 오래 가진 않아도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사탕이지요 꿈과 현실의 간격이 있어 오래가지는 ..
단풍을 밟으며 김길순 인생길 속절없이 가고 오고 용마산 산행을 하며 봄여름 가을 지나는 동안 인생도 물이 들었다. 찬비 내리는 단풍 길 잘근잘근 밟고 가노라면 수분 촉촉히 마음도 물든다. 잿빛 하늘을 쳐다보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랴 사푼 사푼 떨어지는 단풍 순간과 영원의 징표를 ..
입동 김길순 무서리 내리고 산간지방에는 눈이 내린다는 기상 예보 옛 부터 입동에는 겨우내 지날 땔감과 김장김치를 준비하기 시작 했었지 동치미를 담그려고 무 두 단을 사왔네 배속같이 곱게 껍질을 닦아내려 문지르고 또 문질렀네. 눈 내리는 겨울 날 사발에 무 썰어 동동 띄우면 어..
차분히 내리는 가을비 김길순 상수리 마른 나뭇잎에 비 내려 젖고 바위 위에 내리쪼이던 햇살도 차가워졌네. 산골짜기 바스락 소란스럽던 단풍잎 물위로 차분히 떠내려가네. 어스름 저녁 용마산 언저리 마을,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도 비에 젖고 있네. 종종 걸음 산새도 폴짝하더니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