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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김길순 겨울지난 나무들에게 잠을 깨워주는 바람 얼굴을 스치고 머플러 자락도 흩날리게 하면서 바람이 지나간다. 세상을 살다 보면 무지개 같은 사랑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추구하는 동안에 어느 정도 접근 할 수는 있다. 마음의 바람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쨍 항아리 깨지는 소리 김길순 설지나 대보름이 가까워 오면 옛날부터 메주로 장을 담근다. 항아리가 필요한 시기에 도시의 아파트촌에는 장독이 처치곤란인가 수난을 겪고 있었다. 어느 여인은 큰 항아리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망치로 항아리를 세차게 내려친다. 할머니와 어머..
고들빼기 김치 김길순 쓴 것이 몸에 보약이라고 가을이면 김치로 많이들 담가놓지. 쌉쌀한 맛 인생의 삶 과도 같은 밥 한술에 고들빼기 김치 한 저분 입맛 절로 나네. 아무리 뜯어가고 케어가도 다시 돋아나는 고들빼기 서리 내리고 언땅 눈비 맞고 검불속에 숨어 있다가 봄이 되면 고개..
정월의 기도 김길순 시작하는 정월, 열두 달을 기도하게 하소서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을 너그럽게 보며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줄 수 있는 마음 되게 하소서. 남에게 비판 받지 않는 자가 되려면 미움이 없어야 됨을 압니다. 베풀고 용서하면 용서 받는다는 것..
설을 보내면서 김길순 냉장고 문안 층층에는 오뉴월에 열매 맺은 매실효소가 페트병에 담겨 줄줄이 자리하고 그 많던 계란이 동그랑땡의 옷을 입었고, 삼색 나물과 냉동실엔 양념 갈비, 상주 곶감 등 휴! 설 명절 보내려니 냉장고 안이 가득 하네. 어머니 때 설 준비는 차례 상에 놓을 조..
눈이 오는 날 김길순 벚꽃 같은 눈 잎이 날릴 때는 옆에 가까운 이와 같이 있고 싶다. 창 넓은 카페에서 다정한 이와 커피를 마시며 미래의 추억이 될 기억의 부스러기들을 만들어 보고도 싶다. 눈 오는 날이면 눈과 관련된 영화도 보고 싶어진다. 외출한 당신 돌아 오지 않고 눈 잎만 날리..
헌옷 재활용 수거함 김길순 우체통처럼 입만 벌리고 있는 헌옷 재활용 수거함 좀처럼 먹어도 배가 나오지 않는다. 트럭이 오는날 내 놓으면 갖가지 옷이 보인다. 젖먹이 배냇저고리 부터 잠옷 신사복 원피스 모피코트까지 어느 한군데 헤진데가 없다. 새 옷이 많이 생긴이들은 집안에 묶..
풍금소리 추억이 있었던 곳 김길순 내 상상의 비행기를 타면은 유년시절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을 배회하며 5,6학년 수업을 받았던 교실과 담임선생님까지 떠올리고 돌아 온다네. 아! 그러나 나의 모교는 고도 천년 서라벌 반월성 기슭 부근이었네. 이젠 황남동은 고분으로 묶여버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