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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품 창고 김길순 길을 가다 오픈된 폐품 창고를 본다. 텔레비전 냉장고 컴퓨터 세탁기… 버려진 철제들이 쌓여있다. 사람이 장기이식을 해주듯 전기제품이 생명을 다해 못 쓸 때 작은 부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폐품 시장에서 가정에서 화려했던 생활을 접고 작은 부분에서라도 재생의 ..
흙을 보며 김길순 봄이면 봄노래에 핀 꽃을 보고 여름이면 무성한 나뭇잎을 보고 가을이면 단풍잎 배경으로 파란 하늘 보다가 낙엽이 우수수 땅에 떨어져 내리면 아래로 흙을 보게 된다. 흙은 일꾼의 손을 부지런하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일용할 양식을 끊임없이 주며 겨울에 언 나뭇..
겨울 도시 김길순 차가운 대지는 점점 매서운 바람만 인다. 목도리를 두르고 행단보도에서 기다리는 행인의 모습에서 입에서 나오는 김이 모락모락 날린다. 이럴 땐 모두의 얼굴이 굳고 빌딩 사이에서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면 따뜻한 실내를 찾는다. 쇼윈도에서 낯선 이들이 따끈한 차..
눈잎이 내리네 김길순 창밖 나뭇가지 위에도 내리네. 눈잎이 흩날리며 내리네. 생화도 아니면서 눈이 부시게 벚꽃보다 더 눈부시게 마음 밝혀 주면서 내리네. 꽃잎 보다 빠르게 날리면서 산화하네. 첫눈에 이어 소복소복 계속내리면 눈꽃축제가 열리겠지 빙판길 녹아 내리기전 눈잎 눈물..
어물전을 거쳐 식탁에 김길순 얼마 전엔 도루묵 생선을 사서 통째로 몇 마리 찌개를 했더니 끓일 때 다 녹았는지 살코기는 허물허물 몇 마리인지 알 길이 없었다. 오늘은 살코기 생선은 택하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서서 그림을 감상하듯 생선 가판대를 살폈다. 그 중 입을 꼭 다문 홍합을..
사랑의 초콜릿 김길순 나는 얼마전 감기로 인해서 병원에 입원하여 일주일 넘게 있다나왔다. 아직도 기침이 덜 나은 상태에서 초콜릿은 참으로 기침을 멈추게 하는 신비의 약효를 주었다. 기존 초콜릿하고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맛이있고 너무 달지 않으면서 아싹한 맛이있어 연달아 몇개..
풍경 김길순 등산을 좋아하는 그대의 훈훈한 바람 산골짜기 바람때문인가 갈 바람에 나부끼는 그녀의 스카프 살랑거리며 날린다 붉은 노을에 활 활 타며 날려가는 갈단풍
빨갛게 익는 홍시를 보며 김길순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 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여 달라고 읊었다. 초로의 가을 계절 파란 하늘에 빨갛게 익는 홍시를 올려보고 있노라면 떫은 기는 다 가시고 단맛이 우러나는 홍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