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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論 김길순 김치 담글 때는 무엇을 넣고 그 비율을 정확히 하지 않아도 익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무 채 써는 소리가 담장을 넘어 똑똑똑 박자를 탄다. 글을 쓰면 쓸수록 다듬어지듯이 김치도 정성을 들일수록 깊은 맛을 주리라. 동치미는 소금과 물을 잘 조화 시키면 시원한 맛은 ..
수험표를 가지고 오면 김길순 지나는 길 찻집 쇼윈도에 수능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수험표를 가지고 오면 커피 값10프로를 감해준다고 작은 알림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고3 수능 고사를 마친 학생들에게 "예비사회인 대접을 해준다는 뜻도 된다. 긴날 동안 사력을 다한 학생들과 부모님..
가을비 김길순 잿빛 하늘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네. 단풍잎 땅에 떨어져 날리지 못하고 밟히네. 사랑하는 이에게 단풍 꽃물찍어 마음의 편지를 써 보내네. 우리들의 사랑은 고운 단풍만큼이나 눈부셨다고 가을이 가는 이별 속에 내 마음도 띄워 보내려 하네. 가을비는 부슬부슬 내..
풀빵 이름 김길순 지나간 풀빵 이름을 다시 생각해 보면 아름다운 것이었네. 찐빵에 이어 황금붕어 빵이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미니mini 잉어 빵이 나왔네. 미니잉어 빵은 손에 들고 오래 먹잘 것 없이 한입 두입에 먹게 만들었네. 물가상승에 궁여지책으로 만든 풀빵 같아 웃지 않을 수 없..
강화도 전등사 오르는 길에 있는 보호수 600년된 은행나무 가을 산에 들어 김길순 가을 산은 잔치 집 같이 분주하다. 산이 품고 있는 한권의 책을 읽어 보면 연일 나무마다 노랑 빨강 곱게 단장시켜 딸을 시집보내듯 날려 보낸다. 육백년 묶은 강화도 은행나무 자신의 몸에는 시멘트로 심..
아빠! 어디가! 아이들의 뜨거운 눈물 김길순 평소 말 수가 적고 참을성 있는 성준이 아빠와 헤어지고 삼촌과 낯설은 곳에서 하룻밤 잔다는 말에 조용히 눈물을 삼키더니 끝내는 뜨거운 눈물이 볼 에서 흘러 내리고 있다. 하룻밤을 같이 지내야 하는 송종국 삼촌은 여러가지 궁리 끝에 줄..
화초 알로에 김길순 포르스름한 초록으로 사시로 반기더니 잎이 오그라든지 이주가 넘었다. 버려야 하나 둬야 하나 망설이며 뿌리에서 새싹이 나오기를 간간히 자세히 눈여겨 본다. 강아지도 화초도 간간이 속을 태우네 그래 화초 알로에야 너도 사람처럼 의식의 뿌리를 깊게 내려 고개..
여자의 일생같은 갈대 김길순 봄이면 질퍽한 늪에서 자라 푸르게 싱싱한 몸짓을 자랑하다가 인생의 살림살이와 같이 뿌리깊이 박고 살다보니 가을바람이 불었네. 늪에서 빠져나와 쉼의 길을 가려하나 빠져나오지 못하고 머리 새하얗게 시어 솜털 마구 뿌리며 월동 준비 할 수 밖에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