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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바람 김길순 험난한 세상 비바람에도 가볍게 흔들리며 설한풍에도 부러지는 법이 없다. 웬만한 힘으로 흔들어서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텅 빈 대속을 돌아 우주의 신비를 담아내는 소리 바람이 분다. 댓잎이 흔들리는 저 소리 바람만이 움직일 수 있게 한다.
봄이면 생각나는 윤심씨 우리 아파트 뜰에도 살구꽃 벚꽃 목련꽃이 꽃샘 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났네. 살구꽃 필 무렵이면 일층에 살던 윤심이라는 그 중년 부인이 생각나네. 성격이 유난히도 쾌활하고 봉사활동도 좋아 하던 그녀는 남편과 아들둘을 두고 있었네. 사십대 말에 폐암 선고를..
반짝 반짝 작은 별이 빛나고 있는 밤 김길순 하늘의 총총한 별들이 반짝이듯 12개의 변주곡이 리듬을 타고 움직인다. 처음엔 단조롭게 흐르다가 변주 1 에선 하늘의 별이 반짝이며 살아지고 또 빛나고 빠른 선율의 멜로디로 이어진다. 삶의 역경을 읽어내듯 악장마다 새로운 세계를 향하..
진달래 꽃 김길순 봄 바람 부는 산정 호숫가 새벽 물안개 비단결로 나부끼는 초록 풀잎 그 길을 지나 명성산 오른는 길에 진달래 꽃이 수를 놓네 꽃바람이 내가슴에도 분홍 꽃물을 들게 하네. 아름다운 자연이 말없이 선물을 주네. 같이 오지 못한 당신 몫까지 온종일 진달래 꽃바람 마시..
춘곤증 김길순 길을 걷다 보면 나른한 봄날이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잠시 눈을 붙이고 싶다. 바쁜 일상을 접어 두고 잠시 눈 붙이는 시간에도 세월은 간다. 삶의 연속 매일 죽음 일부를 연습하기라도 하듯 잠을 자고 있지만 봄날의 춘곤증은 이별 연습을 더 많이 시킨다. 삶 속의 잠은 그..
떨어진 단추 김길순 코트 단추 동여맨 가느다란 실 여닫다 보면 지탱을 못하네. 큐빅 보석 박힌 큰 단추 하나 떨어지니 다섯 개 모두 바꿔야 하네. 새것으로 구입해서 달고 보니 뜯어낸 4개의 단추는 반짇고리에서 새 식구가 되네. 조개껍질 같은 작은 단추 네 개의 구멍으로 미소를 보내..
명함을 찍으면서 김길순 요즘 정보화 시대이고 보니 메일로 소식을 전할 때가 많다. 자기소개를 할 때 명함이 없고서는 아주 불편함을 느낀다. 이메일 주소를 일일이 말할 수도 없고 해서 나도 몇 년 전부터 명함을 찍어 다닌다. 얼마 전 어느 문학 강의를 들었다. 강사님께서 문인에 대해..
기러기 아빠의 이야기 김길순 자녀의 교육을 위하여 가족이 한창 즐겁게 살아야 할 때 이산가족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아이가 외국어 좀 더 안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건 아니다. 물론 성공하는 아이도 있다. 그들이 하는 얘기는 대부분 금전적으로 힘든 다고 했다. 한 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