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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제까지나 정답게 살아요 김길순 우리 언제까지나 정답게 살아요 순간순간에도 함께하며 먹구름 소나기 천둥소리도 한몸으로 헤쳐나가며 살아요. 당신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 소금물 같은 진실 나를 지탱시키고 살아있는 눈물이 되기도 해요. 옷깃 스쳐 오는 바람결에도 바닷 물결이 갯바위를 ..
노인정에서 노인들의 하루 김길순 지나간 세월만큼 주름 잡힌 얼굴들 바위처럼 굳다가 겨울잠 자는 나무이고 싶은가 갈대 같은 은빛 머리에 검은 색깔로 물들이는 노인 한 분, 둘러앉아 하투놀이 하는 노인들, 종일 며느리 얼굴 안 보려고 누워 있는 노인 선전물 돌리는 아저씨한테 받은 이름 없는 한..
다음이미지 누렁소 구제역에 걸려 쓰러지는 소 김길순 송아지가 커서 제짝 찾아 송아지 낳고 또 낳아 일가족 이루었었지 축사에서 여물을 질근 질근 먹는 까만 왕 눈이 소 그 눈망울에 슬픔이 찾아왔네. 몹쓸 구제역, 하얀 방역소독 이슬처럼 뿌려도 축사안 질펀한 바닥에서 볏짚 위에서 ..
무청 시래기 된장국이지 김길순 껍데기 살살 벗겨내면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줄기가 나오지 갈래갈래 찢어 총총 썰어 멸치우린 물에 된장 양념넣어 끓이면 풋고추맛 얼큰하게 살아나 어머니의 손맛 고향 콩밭이 아른아른 그렇게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는 된장국 지..
다음이미지 바짝 엎드린 물가자미가 김길순 동해 바다 돛단배에 갈매기 날아와 앉아 물속을 같이 내려다보고 있었네. 등 푸른 꽁치 고등어 물살을 가르고 맨 아래 바닥에 엎드려 미끄럼 타던 물가자미 물결 출렁일 때 같이 출렁거리다 어망에 걸려왔네. 애초 바닥에서 놀던 너는 수산시..
신문과 고서를 모으기 좋아하는 남편 김길순 남편은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 한 부, 나가서 사오는 신문 두 세부를 빨간 볼펜으로 언더라인을 하고 가위로 오린 후 스크랩을 해두는 습관이 있다. 책으로 말하면 하루에 세부에서 다섯 부 정도 우편으로 오고 이래서 방은 이미 발 디딜 틈 없..
상수리나무에 흰눈이 내린다 김길순 상수리나무에 흰 눈이 내린다. 낮에도 밤에도 눈 잎이 나무를 덮는다. 가지는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우두둑 한쪽으로 꺾어지는 소리. 하얀 눈 송이송이 상수리나무 아래도 쌓인다. 그이와 약수터 가는 길 징검다리 위에도 눈이 쌓인다. 저녁이 깊어 갈..
국산 대추가 왔어요, 그 대추가 김길순 빨갛게 익은 대추 한 트럭를 싣고 국산 대추가 왔어요. 대추가 스피커로 외친다. 저 쪼글쪼글하게 마른 대추를 보니 주름 잡힌 할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한평생 만고풍상을 겪고 살아온 할머니의 가슴 속처럼 아주 빨갛게 햇볕에 익어 바삭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