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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함께 먹던 고동맛 그리고 비빔밥 김길순 서울에 살던 우리는 기차를 타고 부산 해운대로 향했었다. 푸른 하늘아래 펼쳐진 남빛 바다, 그 위로 하얀 파도가 부셔지고 있었다. 내가 입은 물방울무늬 원피스자락은 하늘하늘 바람에 나부끼고 긴 생머리 결은 입술에 스쳤다. 우리는 긴..
크리스마스이브에 생각나는 남자 친구들 김길순 크리스마스 날 발표를 위하여 연극연습을 하던 중학생이었던 남자친구 들의 소식이 궁금하여 서울로 이사 온 후 소식을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 잘하고 장래 유망해 보이던 그 때 중학생이었던 남자 친구들이 공부도 중도에 그만 두..
울타리가 되어 주는 측백나무 김길순 제주도의 파란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 그 해풍이 귤나무에 불어 올때 측백나무들이 막아준다. 가장이 울타리가되어 가정을 따스하게 돌보듯 그렇게 낮밤 없이 불어오는 까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측백나무 귤나무들은 그 안에서 노란 열매들을 ..
동지 팥죽 먹는 날 어머니께 부치는 글 김길순 어머니는 동지팥죽 날이면 까만 무쇠 솥에 솔가리 불을 활활 지피시며 팥죽을 끓이셨지요. 구슬 같은 새알 심 방글 방글 떠오를 때는 어머니의 희망이었어요. 큰 오빠 한 그릇 작은오빠 한 그릇 그렇게 새알심을 마음껏 사발에 담아 주시던 ..
사랑하는 사람이 부르신다면 김길순 어느 산사에서 굵은 비 주룩주룩 쏟아지는 밤 개구리 울고 모기떼 날고 주위에는 큰 나무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러한 방에서 사랑하는 님 을 그리워해보라. 베개를 반듯하게 베고 천장을 보며 호흡을 할 수 없음을 스님의 독경 소리는 더욱 고독하게 ..
날마다 그이를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김길순 결혼 후 딸 하나 낳고 젊디젊은 28세 신랑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일 년 이년 삼년, 삼년을 지나는 동안 아이를 업고 친정집이 있는 부산엘 자주 갔습니다. 부산 부두에 서면 연락선에서 뱃고동 소리가 뚜우 하면서 떠날 때는 나도 어..
스물아홉의 꽃다운 나이에 진 윤동주 시인 윤동주의『조선의 혼불 타던 밤에』부쳐 김길순 스물아홉의 꽃다운 나이에 진 윤동주 시인 해방된 조국 하늘에 샛별처럼 떠올라 겨레와 더불어 길이남아 살아 있을 그의 혼불, 만인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별헤이는 밤이여. <십자가>에서 ‘..
거울에서 비쳐지는 나의 얼굴 김길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라고 외친 것처럼 상대가 나를 보는 것처럼 자기 자신은 못 볼 때가 있다. 나의 얼굴도 그대로 본적은 없고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남의 얼굴은 진짜 볼 수 있는 것이므로 상대를 보이는 대로 평가한다...